가끔 내가 어떤 기분을 느껴야 하고,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모를 때, 이상하게 화장은 잘 되고, 누군가 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. 그 이유가 날씨가 좋아서이든, 여자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데 내 향수 냄새가 마음에 들어서든, 친구가 되고 싶어서 연락처만 궁금한 상황이든, 그런 의미없는 어색한 대화가 오갔다. 나는 지금 졸업전시를 위한 작품 때문에 바빠야 하고, 일도 있고, 예술이라는 나 조차도 잘 모르겠는 허망과 로맨틱함이 공존하는 그런 생각을 해야하는 시기라고 (예술학과 교수님이 머리아픈 설명을 더 어렵게 해주시는 것 처럼) 설명하고, 조용히 내 시간을 갖겠다는 표시를 하지만. ‘여기에 왜 왔을까’ 라는 답답함이 눈 앞을 가리고, 눈물이 날 것 같았다.
아, 그리고 재미있는 에피소드. 경진이의 작품 촬영 중 화면 속에 놓여있던 상실의 시대와, 밤인지 새벽인지 시간은 기억나지 않던 그 날의 ‘봄날의 곰’의 상실의 시대를 말하던 그 사람. 우연의 일치라기엔 억지스럽지만, 꽤 재밋고 이상한 일이였다. …어떤 순간을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쉬울까, 아니면 잊으려고 하는 편이 더 쉬울까.
